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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20216

무해한 난쟁이 초여름 녹음 가운데 있으니 나는 아주 작다. 콩알만 한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들이, 너무 하찮다. 발치에서 기분 좋게 걷는 나의 강아지와 같은 행성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함에 김 빠진 감탄을 했다. 찌는 여름 아직 5월인 것에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나는 잘 지내고 시간은 잘 갈 듯 하면서도 내 죽음에 죄명을 달 사람은 늘어가고 제 멋대로 무거워지고 난 가벼운데 그래도 이젠 내 할 일을 해 내가 달고 태어난 책임이 있거든? 행복은 참 절대적이라 수십수백 새기는 거지만, 목숨에 당위를 부과하기 위해 상대적이어보자면, 내가 상위 10%라 해봐. 좋은 부모님 아늑한 집 내 방 강아지 친구 잘 모은 돈. 나쁠 건 없으니까. 그런데 이건 존나 운빨이라서 10명 찬 방에 독방 쓰는 건 나뿐이라서, 나는 다른 아홉 명한.. 2021. 5. 23.

/ 수능 준비 기록 #00. 의지박약 공부를 놓은지 1년은 넘어서 아는건 없고. 문제집을 디껴보면 아 그거..! 대충 이런~건데.. 가 내 예전 열정의 결실. 지난 1여년동안 쏘아올리지 못하고 눈물흘려 만든 신호탄을, 나는 손쉽게 마멸시켜버렸다. 그런데 의대에 가고싶다. 권위와 명예를 가지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싶다. 막연한거 안다. 그래서 해보려고. 중학교 18점 애가 치대간다하니 주변에선 비아냥과 걱정사이를 방황하는 응원을 했지만, 내가 하는 것들을 보고 그제선 모든게 바뀌었으니까. 의대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수능만점을 목표로 한다. 일단 정보를 얻기위해 인터넷을 켰다. 광활한 우주 ... 그들만의 세계.. 끝이 없었다. 간단명료를 추구하는 -그래서 세특이 너무 귀찮던- 나는 도서관에 향했고, 입시/공부관련 책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다 .. 2021. 3. 29.

가장 완벽한 레드 2021. 2. 25.

10만원짜리 똥글 사실 똥 사진 오빠 서울 워크샵 따라가서 혼자 뽈뽈 돌아다닌 결과. 나름 열심히 찍었으나 망했다 화염 에디션 제가 좀 뜨거운 사람이라 열기가 스크린까지 번지네요 부담스럽게 이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10만원 썼다 추억과 지갑이 찢어졌다 2021. 2. 18.

2021年 1月 22日 샤워부스에서 마냥 부얬던 물이 어느 땐 내 몸을 적시는가 하면 어느새 5갤런 생수통에 그득 차 팔을 떨어지게 만들고 불운하게도 내 몸은 물이 절대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모든 게 무거울 수도 있는데 그것은 호스를 틀면 나오고 정수기 버튼을 누르면 나오고 하지만 나는 잠그는 것을 꽤 자주 잊어버리는데 그러면 그것은 넘치고 흐르고 적시고 잠기고 터지고 결국 수재민이 생기고 아랫마을엔 땅이 갈라지는데 물은 파랗고 난 여전히 가여워보여 2021. 1. 22.

내친구 파란새끼 머리를 잘랐다. 그러니까, 기분이 좀 나빠서. 핑곗거리가 망친 머리라고 믿으려 했지만 난 머리카락에게도 배신당했다. 왜 어울리고 난리··· 이제 우울과는 침대에서 뒤엉키는 사이 정도 됐다. 이제 좀 꺼지라고 욕해도 저는 내가 편하다며, 너도 그렇지 않으냐고 내 안에 다시 눌러앉는다. 내 목을 겨누던 네 날카롭던 손톱은 이제 간지럽기만 하다. 난 네 손등에 입을 맞출 수도 있고 너와 함께 책상에도 앉을 수 있게 됐어. 거지 같은 내 소울메이트 김우울과 함께하는 법을 조금씩 체득한다. 아무 생각 않고 책상에 앉아서 아무 생각 않고 할 일 하기 쉬는 시간엔 김우울과 몸을 질척히 섞다가 본 궤도로 다시 복귀하기 지난해 구월 즈음 찾아갔던 철학관 아저씨 말대로 방황 끝엔 정말 답이 없었다.모든 관계는 기브엔테이크.. 2021.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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