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난쟁이

 

 

 

초여름 녹음 가운데 있으니 나는 아주 작다.

콩알만 한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들이, 너무 하찮다.

발치에서 기분 좋게 걷는 나의 강아지와 같은 행성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함에 김 빠진 감탄을 했다.

 

찌는 여름

아직 5월인 것에 얼굴을 찡그리다가도

나는 잘 지내고

시간은 잘 갈 듯 하면서도

내 죽음에 죄명을 달 사람은 늘어가고

제 멋대로 무거워지고

난 가벼운데

 

그래도 이젠 내 할 일을 해 내가 달고 태어난 책임이 있거든?

행복은 참 절대적이라 수십수백 새기는 거지만, 목숨에 당위를 부과하기 위해 상대적이어보자면,

내가 상위 10%라 해봐.

좋은 부모님 아늑한 집 내 방 강아지 친구 잘 모은 돈. 나쁠 건 없으니까.

그런데 이건 존나 운빨이라서

10명 찬 방에 독방 쓰는 건 나뿐이라서, 나는 다른 아홉 명한테도 방을 만들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야.

그런 거야

 

그리고 절대 오지 않을 그 날엔 내가 죽음에 당위를 붙일 수 있는 거야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주도록 덜 썩는 겨울에 죽어야 해

아주 조용히

얼룩진 뺨에 눈발이 쓰다듬는 정도로

 

 

 

 

 

사진출처/ @heho_murmur